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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군의 유서 사진 출처:김모군 부모님>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해 경찰과 교육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5일 충남교육청과 천안동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천안지역 A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던 김모(18)군 부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소장에는 김군이 자필로 작성한 유서와 메모 형식의 수첩,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7명의 이름과 3학년 담임 교사가 포함됐다.
김군은 지난 11일 7시15분쯤 자신이 사는 천안시 동남구의 한 빌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김군 가방에서 발견된 유서와 수첩에는 3년간 겪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들의 이름이 기록돼 있었다.
김군은 유서에서 ‘학교 폭력을 당해보니 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라고 적었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씀 말곤 드릴 말씀이 없어요’라며 심정을 털어놓은 김군은 ‘반드시 누군가 그 OO에게 처벌을 내려줘요, 이건 OO로 마무리되겠지만 이건 OO이 아니다. 누군가를 죽음까지 몰아넣은 명백한 타살’이라고 기록했다. 이어 ‘(내) 장례식장에 아무도, 그 누구도 찾아오지 마라’는 글도 남겼다.
유서에는 ‘도대체 내가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 안타깝지만 나는 일을 크게 만들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낙담하는 내용도 적었다.
김군 부모는 아들이 남긴 수첩 내용도 공개했다. 김군은 1~3학년 때 자신이 당했던 학교 폭력 사례와 가해자 실명을 비교적 자세하게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첩에는 김군이 따돌림과 욕을 먹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해자인 A군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건 욕설뿐이었다고 한다. 가해 학생들이 김군의 출신 지역을 비하하는 단어를 자주 쓰고 신체적인 특징을 거론하며 놀렸다는 내용도 수첩에 담겨 있다.
2학년 때는 가해 학생이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고 따돌렸다고 김군은 수첩에 적었다. 수학여행에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필기구를 빌려 간 뒤 일부러 돌려주지 않는 방법 등으로 자신을 괴롭혔다고 했다. 3학년 때는 두 명의 학생이 자신을 비하하며 놀리는 등이 행동을 이어갔다는 게 김군이 남긴 수첩 내용의 일부다.
김군 부모는 고소장을 통해 “아들이 담임 교사와 상담 중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알렸는데도 추가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학교 폭력 상담이 이뤄졌다면 살릴 수도 있었는데 담임 교사의 묵살로 인해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는 게 김군 부모의 주장이다.
또한, 김군의 부모는 지난 4일 아들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폭력을 알리고 학교폭력방지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묵살당했다고 한다.
반면 학교 측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군 부모가 주장하는 학교폭력 관련 신고나 상담도 없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A고 관계자는 “(김군) 부모 입장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진 뒤에야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피고소인 8명 중 담임 교사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학생 7명은 김군과 같은 반이었던 1~3학년 학생에 이어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참고인 조사는 학생이나 부모가 거부하면 강제 조사가 불가능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에 내용과 담임교사 진술에 상충하는 내용이 있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도 모두 미성년자라 신중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치의 억울함이나 부당함이 없도록 명명백백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피라TV 김준엽 기자 junyub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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