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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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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news1>
 

"OS랑 사귄다고? 어떤 느낌인데?" 2025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 속 대사다. 이 영화가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만해도 어느 '상상력' 넘치는 감독의 공상 영화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새 '사람이 아닌 가상의 her'가 우리 주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AI 챗봇 '이루다'가 불쑥 등장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가상 CF모델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IT업계는 물론, 정치권에 금융권까지 너도나도 '메타버스 열풍'을 외친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상계’. 언제 이렇게 인간의 ‘현실계’에 뿌리내린 걸까.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이론이 있다. 사람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감정 상태를 곡선으로 나타낸 것. 로봇이 사람의 생김새와 비슷할수록 호감도가 조금씩 올라가다가, 일정 수준 이상 똑같아지면 급격히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이 불쾌한 골짜기 이론도 '옛말'이 되고 있다.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는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만명을 돌파했다. 그녀가 게시한 사진 하나엔 매일 수십 만개의 '하트'가 찍히고, 그녀가 광고로 버는 연 매출은 무려 130억원에 달한다.

 

지구 반대편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 보험사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한국의 가상인간 '로지'는 단숨에 CF 모델계의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150만회. 하루에도 수십 개의 광고 제의가 쏟아진다고 한다.

 

주목해야할 점은 '가상 인간'이라는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미켈라와 로지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에 빠진 진짜들. 우리는 어쩌다 '가상 인간'에 열광하게 된 걸까

 

먼저 가상인간 신드롬이 나타난 핵심 배경엔 '기술력'이 있다. 가상인간이란 단어에 만화 캐릭터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의심의 눈'을 거두고 바라보면 실제 사람이라 착각할 정도.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 AI센터장은 "가상인간을 구현 기술 상당히 높아져 화면을 보고 사람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며 "일반 대중은 영화, CF, 유튜브 등으로 가상인간을 접하는데, 의심의 눈을 갖지 않고서는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가상인간 '로지'가 출연한 광고 영상 아래에는 "처음 보는 신인 모델이라 생각했는데, 기사를 보고서야 가상인 줄 알았다"는 댓글이 가장 큰 공감을 받았다. 심지어 "광고보고 예뻐서 모델을 검색해봤는데 알고보니 가상 인간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즉, 가상인간이 '거부감'을 넘어서고 '호감'까지 주고 있다는 것.

 

그도 그럴것이, 가상인간의 탄생 배경엔 공공연한 비밀이 존재한다. 보통 가상인간 얼굴을 개발할 땐,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수백개의 얼굴을 조합해 하나의 얼굴로 합성한다. 다시 말해,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얼굴로 만든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보통 기업들이 가상인간을 만들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눈·코·입 선호도 조사를 한다"며 "사람이 가상인간을 보고 비주얼적으로 끌리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인간 신드롬의 원인엔 'Z세대'들이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이유도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Z세대는 대학생이거나 막 사회초년생이 돼 '소비력'이 있는 만 21~26세들을 말한다. Z세대를 칭하는 또다른 단어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컴퓨터와 스마트폰 속에 펼쳐지는 가상 공간에 친숙함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Z세대들에게는 화면 속 인물이 가상인간인지, 실존인물인지 중요하지 않다. 매력만 있으면 '팬'이 될 수 있다. 그들이 가상인간임이 밝혀지더라도 회의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전공 교수는 "Z세대는 디지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굉장히 개방적이다"며 "가상인간이 나오는 콘텐츠를 볼 때도, 일반적인 넷플릭스나 웹툰을 보는 것처럼 그냥 즐긴다"고 말했다.

 

때문에 개발사들은 Z세대들의 문화를 가상인간에 그대로 투입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 '릴 미켈라'는 19살의 브라질계 미국인으로 바이섹슈얼(Bisexual)이라는 성소수자 특징을 가졌다. 이성 친구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모두 인스타그램에 당당하게 공개하며, 각종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내기를 좋아한다. 취미는 음악 듣기며 특히 한국의 '블랙핑크' 팬이다.

 

남들의 시선에 눈치보지 않고,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내는 걸 즐기며, 대중문화에도 아낌없이 소비하는 것. 가상 인간은 Z세대 문화의 집합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83%가 24세 이하의 Z세대다.

 

일각에선 가상인간 열풍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나타난 '스쳐가는 유행'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결코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문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끝나도 가상인간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면서 게임, 퀵서비스, 배달산업처럼 가상세계도 급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 가상인간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올해지만, 이전부터 기술적인 준비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센터장도 "가상인간 신드롬은 코로나19가 찾아와 5년 정도 빨라진 감은 있다"면서도 "단순 시기가 빨라졌을 뿐, 코로나와 함께 사라지는 문화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봤을때 무슨 '가짜'들이 세상을 바꾸냐고 이야기하겠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환호하고, 돈을 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면서 "더이상 가상이라는 단어로 그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 저작권자 ⓒ 스피라티비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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