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룸메이트 '죽을 것 같아 팀 떠나니... 숙현이한테 못된 짓'

by 스피라통신 posted Jul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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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ankookilbo, news1>

 

 

“밤새 울면서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고… 숙현이랑 매일 서로 토닥여 줬어요.”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의 룸메이트였던  A씨는 경주시청팀에서 지냈던 3년의 세월이 지옥같았다고 했다. 고교 수영 코치 소개로 2016년 이 팀에 들어간 그는"사이클을 위험하게 탄다"는 이유로 입단 초기부터 주장 장윤정씨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2017년 1년 후배인 최숙현 선수가 팀에 합류한 뒤에는 감독과 주장에게 함께 당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밤을 지샜다.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둘이 함께 20만원어치 빵을 먹는 가혹행위를 당하면서도 동병상련으로 버터냈다. 하지만  '따돌림'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더이상 버티다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2018년 11월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팀을 떠났다.  

 

8일 한국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최씨와 A씨를 포함해 팀의 개인성적 2~4위 선수 3명이 2018년과 지난해 김규봉 감독, 팀닥터, 주장 장씨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팀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국내 여자 트라이애슬론 10위권에 포진한 20대 초반 유망주로, 입단 초기부터 장씨의 괴롭힘을 받은 주요 대상이었다. 한때 전국체전에서 금은동 메달을 휩쓸었던 경주시청은 감독과 주장의 전횡으로 주요 선수들이 떠나자 지난해 대회에선 한 명도 수상대에 서지 못했다.

 

전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장씨는 '어리고 실력 좋은 유망주'를 시기하고 질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주시청에서 활약했던 전 국가대표팀 선수 B씨는 "장윤정 선수가 우리보다 실력이 좋은데,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지 성장하지 못하게 막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감독이 아끼는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와 멀어지게 하려고 애썼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장씨의 만행을 눈앞에서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동조했고, 팀닥터는 장씨의 위세를 등에 업고 치료 명목으로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 

 

실업팀  합숙 생활 도중 어려움을 겪어도 도움을 구할 사람 하나 없는 폐쇄적 구조는 선수들의 절망감을 더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경주시청만의 일은 아니어서, 인권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속팀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 '아무런 행동을 못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45%에 이르렀다.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간다'(71.7%)는 선수가 대다수였다.

 

선수들은 문제를 제기했다가 상대방과 껄그러워지거나(41%), 분위기가 어색해질까(33.6)를 가장 걱정했다. 선수생활을 계속해야하는데 불이익을 받게 되거나(19.8%) 보복이 무서워서(13.7%) 어디에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렵게라도 도움을 요청한 선수는 단 3.7%, 21명뿐이었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47.6%)에 가까웠다. 

 

결국 피해 선수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팀을 떠나는 것밖에 없었다고 한다. A씨는 계약 기간 중간에 팀을 떠났고, B씨는 2년 계약 종료 후인 지난해 말 바로 짐을 쌌다. 최숙현 선수도 2017년 시즌이 끝나고 "감독, 팀닥터, 장씨 때문에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며 팀을 떠났다가 지난해 초 감독의 회유로 복귀했다. 약해진 팀 전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미봉책이었던 셈이다.

 

최 선수 아버지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감독이 숙현이가 꼭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편하게 운동을 해주겠다, 해외 훈련도 간다고 설득했다"면서 "그 말을 믿고 보냈는데 가해자들은 폭행과 괴롭힘을 일삼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폭행을 증언한 피해 선수만 최소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씨와 B씨도 현재 추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A씨는 "방에서 혼자 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이제서야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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