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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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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김기춘은 당당했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나라를 뒤흔들었던 2016년, 그해 12월 7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 자리. 증인으로 나선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민들의 혈압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내면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았다.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던 그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은 공안검사이자 전 법무부장관 출신 답게 능수능란하고 노회하게 최순실의 존재도, 박근혜와 정윤회의 관계도 "모른다"라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의원들의 날센 공격을 피해갔었다. 질의에 나선 당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보다 못해 김 전 실장에게 이런 독한 언사를 날렸었다.

 

이런 장면은 또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28일 국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자리. '박근혜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집요하게 추궁하는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것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고 생각을 한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통령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입니다"라는 희대의 명언(?)도 바로 이 자리에서 나왔다.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그렇게 대통령 박근혜의 충직한 호위무사이자, 한때 국정농단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문까지 일었던 '왕실장'의 태도가 확연히 돌변했다.

최근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재판거래 대상이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검찰 조사에서 출석한 김 전 실장이 '박근혜의 죄'를 진술했다는 소식이다. 

'박근혜의 호위무사'였던 시절을 떠올린다면, 요즘말로 '태세전환'이 아닐 수 없다. 헌데, 그 '죄'가 발생된 정황이 일단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분할 수밖에 없었던 2013년 12월 1일의 청와대 비밀회동의 정황 말이다.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3년 12월, 강제징용 피해자 총 9명이 일본 전범 기업 두 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사건과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던 어느 일요일 오전, 김기춘 비서실장의 요청으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대법관이 청와대 공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엔 차한성 대법관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장관, 황교안 법무장관이 자리했고, 이들은 청와대와 외교부가 미리 준비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으면 한일 관계가 악화 된다'는 요구를 차한성 대법관에 전달했다. 이런 회의가 수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이 건은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갔고, 아직까지 대법원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이 반영, 실행된 셈이다.

 

지난 16일 이 소식을 전한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기운이 역력했다. "어처구니없는 일" "시민사회에 국가란 대체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내용"이란 꽤나 격한 표현도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제 징용 피해자가 아닌 일본 전법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재판을 청와대와 법무부, 외교부와 대법원이 한 자리에 모여 계획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한편으로 국가가 이러한 사법거래를, 반국가적인 재판 뒤집기와 사법농단을 획책했던 사건의 중심에도 역시나 김기춘 전 실장의 활약 역시 도드라졌다.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모아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를 보고한 것도 바로 이 '왕실장'이었다.

그랬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이제는 '배신'을 말한다. 이 회동과 관련 검찰에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대법원과 이야기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행정부와 사법부의 지극히 부적절한 회동의 책임을 전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듯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7시간'을 철저히 감췄던, 박근혜 감싸기에 전력을 다했던 그의 전력을 떠올린다면, 확실히 '변신'이라고 부를 수 만 하지 않은가. 일종의 '과거의 김기춘'과의 결별 선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김 전 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묻는 말에 위와 같이 딱 잡아 뗀 바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의 이러한 선택적 기억 상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화가 바로 현 최승호 MBC 사장이 만든 다큐멘터리 <자백>(2016)이다.

 

 

과거 김 전 실장이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던 시절, 그가 간첩으로 조작했던 무수한 피해자들을 아느냐는 최승호 감독의 질문에, 김기춘 전 실장은 시종일관 평정을 유지하며 '모르쇠'로 일관했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명대사들을 태연히 뱉어냈다. <자백>이 남겨 놓은 김기춘 인생의 명장면이라 할 만 하다. 

이러한 '김기춘의 변신'을 우리는, 국민들은 똑똑히 봐둘 필요가 있다. 평생 권력에 빌붙었고, 독재와 군사 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를 호령하고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국회의원과 청와대 '왕실장'까지 지냈던 김기춘. 그랬던 그가 이제 그토록 충성을 받치고 떠받들었던 '박정희의 딸'이 저지른 죄를 실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가.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죄를 몰아주고, 자신의 죄를 감경받기 위해서, 단 하루라도 '감방' 생활을 덜기 위한 몸부림 아닐까. 그러한 몸부림을 '인간적'이라 눈감아 줄 수는 없다. 멀게는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 가깝게는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유족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살아있으니까. 

누군가는 '희대의 냉혈한'이라 칭했다. 또 누군가는 '권력의 시녀'라고도 했다. 김기춘이란 이름 석자 만으로도 치를 떨고 분노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김기춘의 변신을 똑똑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부정한 권력에 기대 권세를 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사법농단 사건으로 인해 죄가 추가될지 모를 이 김기춘의 변신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 인간 김기춘이야말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의 산증인이기에. 그리고, 그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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