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권 전 대법관 사무실로 검찰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씨티경제/김성은 기자]‘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이른바 ‘50억 클럽’ 중 곽상도 전 국회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이어 세 번째 본격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2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지 6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인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변호사 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기간동안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약 11개월 동안 권 전 대법관이 받은 금액은 1억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권 전 대법관은 계약만료를 한 달 앞두고 화천대유를 그만뒀다. 권 전 대법관이 정식으로 변호사 등록을 마친 건 2022년 12월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변호사 등록없이 관련 활동을 한 혐의”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50억 클럽’ 외 다른 주요 사건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 거래 의혹’도 포함될 전망이다.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때 권 전 대법관이 결정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지사 선거 TV토론에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관해 이재명 당시 후보가 허위 내용을 말했지만 상대후보의 즉흥적인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한 것만으론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당시 전원합의체 논리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심리 중이던 2019~2020년 김만배 씨가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건 8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고 이후에도 김 씨가 여러차례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하고,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씨가 이 대표의 무죄를 위해서 권 전 대법관을 포섭한 것이 아니냐는 ‘재판 거래’ 의혹이었다. 전원합의체 판결로 수원고법에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정된 6명(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1년 9월 처음으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이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2021년 11월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수사가 더 진전되지 않았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 기대를 거는 배경이다.
권 전 대법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50억 클럽’과 함께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