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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2016년 2월 10일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그해 5월 9일 헌법재판소에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1월 27일, 헌재는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제기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헌재에 사건이 접수된 지 2089일 만이다.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처럼 단심제로 운영되는 재판이라면 어차피 판결의 부당함을 더 따질 법적 절차도 없다. 그러나 판결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이 '판결의 모든 판단을 자구 하나하나까지 전부 승복하고, 더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건 기록을 전부 꼼꼼하게 읽지 못한 상태에서 판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 다만 여기서는 앞으로의 공론을 위해 이번 결정에 대한 두 가지 논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류협력법에 근거한 게 맞나

 

헌재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여러 이유 중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협력사업 조정명령에 관하여 규정한 교류협력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대목이 있다.

 

'협력사업'과 '조정명령'은 대북사업 실무에서 쓰이는 교류협력법 용어다. 간단히 말하면, "협력사업"이란 '남북 주민이 공동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하며, 협력사업을 하려면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면, 통일부 장관이 협력사업의 내용·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 이를 "조정명령"이라고 한다. 다만 협력사업 조정명령은 서면으로 해야 한다.

 

이어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의 통지 과정을 살펴보자. 헌재 결정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2월 10일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그 이후 통일부 장관이 당일 14시에 개성공단 기업협회 회장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과 세부 이행방안을 통지했다. 그리고 당일 17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성명 발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 청구인 중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사람만 145명에 이른다고 한다.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이 145명에 대해 개별적으로 '당신이 언제 승인받은 무슨 협력사업을 어떻게 조정한다'는 내용의 서면 통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문에 아무런 기재가 없다. 2월 10일 당일뿐만 아니라, 긴박한 상황이 정리된 나중에라도 말이다.

 

그리고 2월 10일 14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기업협회 회장단 간담회에 이 145명이 전부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한 기재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당일 17시 통일부 장관의 성명 발표가 있었을 뿐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밝힌 통일부 장관의 의사가 이 조치를 교류협력법상 협력사업 조정명령으로서 발표하고자 하는 의사였는가 그리고 그 의사가 그 상대방인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표시되었는가. 헌재 결정문에서는 이와 같은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교류협력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판단해도 괜찮은 것인가.

 

대북사업 위험 각자 부담하라?

 

우리 정부는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전까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개성공단 중단을 주도한 적이 없다. 개성공단 기업들에 썩 만족스럽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적어도 2016년 이전까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개성공단 사업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04년 개성공단 출범 이래, 북한은 2006년, 2009년, 2013년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2007년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개성공단 사업의 성공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보장되었다.

 

2010년에는 북한의 무력 대남도발(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당시 5.24 조치를 통해 다른 협력사업을 제한하면서도, 유독 개성공단 사업만큼은 다른 사업들과 달리 취급해 왔다.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현지 체류인원 제한, 신규투자 제한 등 일부 제약은 있었지만, 이미 투자된 부분에 대한 통상적인 사업활동은 여전히 보장되었던 것.

 

2013년에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도 있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남측 주재원들의 출입을 제한하며 먼저 주도적으로 사업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는커녕, 북한과 협상을 위한 노력 끝에 정상화 합의서를 체결하여 개성공단의 정상가동을 보장했다. 정상화 합의서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 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이번 사건에서 정부가 정상화 합의서의 위 문구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한 헌재 판단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13년에 정상화 합의서를 믿고 개성공단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사적 위험부담의 범위'에 속한다"라는 취지의 부분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과거 노력은 신뢰할 것이 못 되고, 불안정한 남북관계를 포함한 사업의 위험은 각자 알아서 부담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향하던 바가 이것이었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옳게 본 것인가.

 

이번 결정의 큰 취지는 '국가안보의 위기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 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적어도 큰 틀에서 그 취지만 본다면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헌재 결정문에 기재된 구체적인 결정의 내용에 있어서는 본문에 열거한 것 외에도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헌법재판관들은 이 결정을 하려고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2089일 기다리게 했나.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남북경협은 부관참시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헌재가 대북사업만의 특수한 문제까지도 "사적 위험 부담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했으므로, 정부 주도의 남북경협은 설 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

 

돌아오는 2월 10일은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 관한 건설적인 논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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