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라TV]

 

 

대법원.jpg

<대법원 사진 출처:네이버>

 

정년을 늘려 적용한 임금피크제의 경우엔 임금을 삭감한 게 차별이 아니라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지난 26일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없이 나이만으로 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준 판결을 낸 지 하루 만에 회사 측 손을 들어준 판례가 나온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지난 27일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회사는 2015년 7월 직원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별정직은 만 56세→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연장된 정년 구간에 대해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연장된 정년기간엔 임금을 기존의 60%로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2016년부터 시작했다.

 

직원들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동의하지 않았고, 임금피크제 적용 후에도 종전과 똑같은 업무를 했기 때문에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현재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담은 개별 연봉계약도 체결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과 이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한국전력거래소 측 입장은 달랐다. 회사 측은 “직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한 조건을 새로 제정한 것이기 때문에 직원이 불이익을 보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에 대해서도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도입됐다”고 했다. 개별 근로계약에 관해선 “체결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 불리하게 변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가 제기한 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돼도 직원들은 기존 정년까진 원래 임금을 그대로 받고, 퇴직금도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의 기본연봉 등으로 중간정산을 받도록 했다”며 “합리적인 이유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촉진하는 고령자고용법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고 판시했다.

 

직원들이 주장한 개별 연봉계약 체결에 대해선 “이 회사 직원연봉규정에 ‘연봉계약은 별도로 체결하지 않으며, 연봉 관련 모든 사항은 본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과 ‘연봉제 적용대상 직원의 개인별 연봉계약은 별도로 체결하지 않고 개변 서면통보로 갈음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후 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입장도 내놓았다. 한국전력거래소의 경우엔 임금피크제 적용구간에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였기 때문에 근로시간 변화 없는 임금 삭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진 않았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사용자에게 반드시 근로시간을 단축할 의무가 부과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 인사, 전보, 임금체계 개선 등 근로조건 결정은 원칙적으로 회사 권한이고, 회사의 근로조건 결정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면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로고.jpg

<삼성 로고 사진 출처:네이버>

 

이에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이 잇따라 임금피크제 개선 및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회신 내용에 따라 노조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계열사 노조로 이뤄진 ‘삼성그룹 노조연대’에서 대책을 함께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보면 임금피크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를 기준으로 전년보다 임금을 10%씩 줄여가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임금피크제 적용을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늦추고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다.

일부 노조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어 무효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 사무직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지만 기존 업무와 별 차이가 없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스피라TV 김준엽 기자 Junyub95@gmail.com

 

<저작권자 ⓒ 스피라티비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9 <22대 총선> 당선인 평균연령 56.3세…여성 '60명' 역대 최다 file 김성은기자 2024.04.11 271
908 "'쉬운 수능'이 아닌, 공교육 교과 과정으로 변별력 갖추라는 것" 국민의힘 쉬운 수능 논란 전면 반박 file 엽기자 2023.06.19 11369
907 "300만원은 실무자 한끼 식대 수준" 막말 정성호 의원, 논란 일자 사과 file 이원우기자 2023.04.19 11598
906 "내가 타야하니 20분은 괜찮아", '골든타임 4분' 외치던 신현영 의원식 '내로남불' file 이원우기자 2022.12.22 7734
905 "론스타에 95% 승소" 법무부 주장은 '대체로 거짓' 1 file 스피라통신 2022.09.03 14611
904 "이재명 대표 아들이 천화동인 직원"이라고 주장한 장기표, 1심에서 벌금 700만원형 선고 받아 file 이원우기자 2023.02.08 11365
903 "제2의 전용기사태", 검찰 출입구 봉쇄하며 정진상 변호인 및 민주당 측 기자회견 거부 file 이원우기자 2022.11.19 12194
902 '180표 턱걸이' 강제 종료된 필리버스터... 반대하던 1명, 막판 '찬성표' file 스피라통신 2020.12.14 10353
901 '2차 북-미 정상회담 이달 27~28일 베트남' file 스피라통신 2019.02.07 5591
900 '5.18 망언' 김재원 여당도 손절 "해당 발언 적절치 않았다" file 이원우기자 2023.03.14 15820
899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 조응천 의원 "대장동 수사 헛돌것" file 이원우기자 2023.02.09 25586
898 '5·18 망언' 한국당 이종명 제명…김진태·김순례 징계유예 file 스피라통신 2019.02.14 6290
897 '尹인연' 주기환 아들 대통령실 근무 논란... 대통령실 '정권 교체 공헌' file 스피라통신 2022.07.19 12668
896 '文 대통령' 고용지표 악화 대응책 마련에 '부심' file 스피라통신 2018.08.19 8030
895 '文'대통령 계속해서 인사... 사저에서 김정숙 여서와 청와대로 file 운영자09 2017.05.12 122
894 '文, 저딴게 대통령' 한국당 김준교 후보…‘짝’ 출연 이력 화제 file 스피라통신 2019.02.19 5371
893 '文대통령 거부하더니'... 日스가, 올림픽 정상회담 참담한 성적표 file 스피라통신 2021.07.21 13853
892 '日의 실수 될것'..文대통령 '한일관계 새판'까지 열어두고 역공 file 스피라통신 2019.07.15 5171
891 '韓이 너무 컸다?' 日 언론이 본 갈등 해결 어려운 이유 file 스피라통신 2019.08.03 5800
890 '개혁 앞서 조직 장악부터'..조국, 검찰 물갈이 나서나 file 스피라통신 2019.09.09 597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6 Next
/ 46

사용자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