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주장하면 구속시키는 이유? “서류검토 하지 말란 말이야!”

by 스피라TV posted Mar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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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 6,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5(재판장 박남천)에서 열린 보석신문 재판에서 검찰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검찰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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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출처:포토뉴스>

 

그는 이날 원고 없이 자신보다 한참 후배인 재판장 앞에서 검찰은 정말 영민하게, 목표의식에 불타는 수 십 명의 검사를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 페이지나 되는 공소장을 만들어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영민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검사들이 만든 20여 만 쪽에 달하는 증거 서류가 나를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무소불위의 검찰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무기는 호미 자루 하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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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독방구조 /출처:포토뉴스>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구속상태에서 풀려나 직접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옆에 책 몇 권을 두기도 어려운(서울구치소 내) 좁은 공간에서 그걸 검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그가 구속되어 있는 독방은 20여 만 페이지의 서류를 놓을 공간이 없다. 그 서류를 설령 독방에 모두 들여놓는다 하더라도 공간이 좁아서 그가 눕거나 앉을 수도 없기 때문에 어차피 서류 검토를 할 수 없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독방의 경유는 그나마 다행이다. 혼거수용자의 경우는 무죄 주장에 따른 소송서류를 자신의 방 안에 조금 보관하기조차 쉽지 않다. 서울구치소의 예를 들자면 12.32평방미터( 3.7) 공간에 7명이 공동 생활을 하는데 제대로 누워서 잠잘 공간도 없는 좁은 장소에 소송서류를 쌓아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밤 9 40분경부터는 잠자는 시간이라며 어두컴컴한 정도로 소등을 한다. 시력이 나쁜 사람은 서류를 읽기조차 어렵다. 그마저도 잠자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늦은 시간까지 서류를 넘기며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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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혼거실 구조/출처:포토뉴스>

 

바로 이런 점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들을 무력화시키고 방어권을 손쉽게 빼앗아버리는 구속 수사, 구속재판의 주목적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검찰을 향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구속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어차피 법원의 결정이고 판사의 판단이며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판사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더라도 그들의 검찰에 대한 방어권 보장 주장은 어쩐지 반쪽만 그럴듯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들과 같이 특혜를 받아 독거 생활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일반 혼거수용자들은 20만페이지는 커녕 몇 백 페이지의 서류도 보관할 곳이 없다. 그 서류들 중 일부를 방안에서 펼쳐놓고 이것저것을 찾고 보며 글을 쓴다는 것은 같은 방 사람들과 피터지는 혈투를 각오하고 벌여야 할 모험이다.

 

수 십 여년 동안 판사 생활을 하며 무죄 주장하는 피고인들을 검찰과 손발 맞춰 수없이 감옥에 보내왔던 양 전 대법원장이 막상 자신의 구속에 대해서는 방어권 보장을 운운하며 검찰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한다. 지난 시간 억울한 무죄를 울부짓던 피고인들에게 닥치고 감옥가서 반성하라는 독선과 갑질을 일삼던 로또 재판의 수장 양승태의 내로남불 망언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듯 하다.

 

지금이라도 죄 없는 약자들에게 법관복을 입고 오만의 철퇴를 휘두르며 방어권을 묵살해 온 자신의 과오와 죄값에 관한 반성부터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에 합당한 자신에 대한 처벌부터 달게 받아야만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생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무죄를 주장하려면 소송서류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변호사들이 대신 싸워줄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못한 처지의 일반사람이 무죄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판검사들에겐 매일같이 일어나는 익숙한 일들이 구속당하는 피고인들에겐 난생 처음 겪는 충격적 경험인 경우가 많다. 권한도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판검사들에게 유리하게 쏠려있다. 그런 권력의 최정점에서 군림하던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막상 구속이 되고 나니 무죄 주장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문득, 과연 그들이 현직 판사시절에 구속시켰던 피고인들 중 무죄를 주장하다가 지금의 그들처럼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경우는 얼마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그 당시의 죄값을 지금에서야 치루게 된 것은 아닌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몇 명의 방어권을 빼앗아 버렸는지 말이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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